홍경 - 해당되는 글 1건

2008/03/12 나의 예령

나의 예령

잡설 2008/03/12 11:09

분명 내가 시작한 것 같기는 하다.
그렇게 몰린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선택은 내가 한 것 같다.

하지만 어딘가 한구석 못내 찜찜했던 것은
언제나 그 관계에서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지?! 라고 되물어봤자 시간은 되짚어볼 수밖에 없다.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다. 상처받은 것은 받은 것 대로 그렇게.

나의 예령이라고 서슴치 않고 불렀던 10년지기.
교환노트까지 들썩여가며 유치한 감정의 다리를 쌓아가던 그녀와 내가
어딘가 모난 구석이 있는 관계로 거듭나기까지는 나의 게으른 천성과
마지못한 움직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를 떠나감에 있어 행동의 변화가 없는 나는.. ㅡ_ㅡ;
그 이유는 뭘까.. 모르겠다. 잘.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실인지 확인된바는 없지만 이민을 간다는 그녀의 최근 근황을 전해들었다.
어쩌면 이민을 갔는 지도 모르겠다.
싸이월드를 통해 지금 당장을 연락을 취할 수도 있는
근접거리가 마련되었지만 나는 끝내 엔터를 누르지 않았다.
나는 아무말도 남기지 않고 브라우저를 닫았다.

그녀의 이메일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메일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핸드폰의 번호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인 것 같다.
그녀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아주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분명히 잘못은 내가 한 것 같은데.. 선택도 내가 했고, 시작도 내가 했지만
나는 다른 눈을 들어 그녀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석의 방에 누워있으면 나는 언제나 깊은 잠을 잔다.
자러왔냐는 타박에도 굴하지 않고 녀석의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잔다.
그리고 가끔 몇마디를 나누고 집에 간다.
우리는 몇마디를 나누지 않아도 좋았던 것도 같다.

아 처음봤던게 언제지. 어떻게 친해졌을까.
나는 착한사람도 좋은 사람도 아니지만 나의 어딘가 부실한 성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끔씩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고는 하지만 사실 나는 무식하고 겉멋만 잔뜩든
거기에 심지어 공부도 못하고 놀기도 잘 못하는 그냥 학교에 한 두명 있는 그런 시네마키드였다.
가진거라고는 유연하게 낼름거리는 혓바닥뿐이였는데 말이지.
대가없는 호의를 보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내가 정말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정도로 초라할때 다가왔다.
아무것도 없어서 그랬나? 그래서 나를 도와주고 싶었을까?
그녀석을 선택해서 친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석도 나를 선택해서 친구가 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그냥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곁에 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녀석을 가슴에 품게 되었던 그 시작을 기억한다.
2학기였던가. 세상에. 그녀석과 나는 1년을 같이 보내면서도 2학기에
비로소 녀석을 내 울타리안에 집어넣었다.
차가운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석은 파란손을 가지고 있었다.
눈이 파랬는 지 머리가 파랬는 지 가슴속이 파랬는 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녀를 평생하지 이해하지 못하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래서 지금도 어쨌든 그녀가 파랬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감각적이라는 수사외에 달리 떠오를 것이 없는 그녀의 글,
그리고 따뜻한 마음. 그것은 내가 가져본적도 생각해 본적도 없는 것이었다.

앞서말했듯 나는 착한사람이 아니다. 좋은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며 모진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에 불과하다.
그 기억속에서 예령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계기는 같은 반 누군가에 대한 평가 였을 것이고
관조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던 나의 평가 역시 세간과
다를 바가 없었는 데 그녀석의 말은 평이하게 따뜻했다.
그 누군가를 감싸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던 것도 같고,
굳이 친해서 둘러치기를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석의 시선이 원래 그렇게 따뜻한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어떤 일에 관계된 것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죽일놈의 단기기억상실..ㅡ,.ㅡ

그 때 이후로 나의 예령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나는 그녀석을 좋아했다.
사랑했는 지는 모르겠다. 나는 사랑이라는 언사에 무지하고,
사실 믿지도 않으며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그저 유토피아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예령을 좋아했다.

인생의 한페이지를 접듯 나의 예령은 더이상 나의 예령이라 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겠노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모진 잘못은 내게 있다. 어떤 좋은 말로 에둘러도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ㅡ_ㅡ;; 그러니까.. 왜  나는 예령에게 연락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느냐는 거다.

그러니까 왜!!

image(0) image (0)
TAG ,

≫ Trackback Address :: http://chungchoon98.com/bloghong/hong/trackback/179


: 1 :